영어 천국

잡담 2006. 6. 18. 00:56
우리나라는 요즘 영어의 천국이다.

TV를 틀면 분명 우리나라 연예인들이 나오는 방송인데

영어 단어가 연예인의 입 뿐 아니라 자막에도 친절히 안내되고

가수가 부르는 노래는 팝송인지 가요인지 모를 정도로 반 이상이 영어이며

심지어 우리말 가사마저 혀 굴러가는 발음으로 불러대고 그런 가수들을 보며 청소년들은 환호한다.


회사에서는 우리나라 사람들끼리 보는 문서조차 영어로 작성하고

영어와 관련없는 일을 해도 영어 실력이 좋으면 동료보다 대우가 좋은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영어를 잘 하면 이렇게 사회에서 대우가 좋다보니

자연히 어려서부터 영어 교육에 열을 올릴 수 밖에 없고,

이제는 아예 정부 차원에서 천문학적인 숫자의 자금을 들여 영어 마을이란 것을 만들어

그 곳에 돈을 내고 들어가 몇 주 만에 영어에 대한 낯설음을 날리고

자신감 아닌 자신감을 얻고 나오는 웃지 못 할 모습을 쉽게 볼 수 있게 된다.

게다가 이제는 특정 지역에서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자는 의견도 나오니 갈 때까지 간 듯하다.


해외로 자금을 유출시키느니 차라리 국내에서 소화하자는 고육지책에 다름 아니겠지만

이런 식의 따라다니는 정책으로는 그릇된 학부모와 청소년, 기업인의 언어관, 가치관 등을

바로잡기에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내게 자녀가 있다면, 어려서부터 영어 과외 시킬 자금을 모아 해외로 이민을 가서

주변환경의 스트레스 없이 맘 편하게 살고 싶겠지만

그건 홧김에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내용일 뿐 여건이 너무나 제한적이라 남의 얘기일 뿐이다.


한글은 경박하고 촌스러우며 영어는 고급스러워 지식인,

소위 배운 사람들이 쓸 수 있는, 써야 하는 언어라는

그릇된 가치관이 청소년의 뇌를 암처럼 스물스물 좀먹고 있는 현 세태가

너무나 걱정스럽고 안타깝고 또 화가 난다.

(이미 한글은 통신어, 외계어라는 내부의 적에 의해 상처받고 있지 않은가.)

이런 것이 열린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다는 지식인의 "세계화"란 말인가?


이 땅에 자녀를 두고 있는 모든 부모, 교육인, 방송인, 언론인들은 통철한 사명감을 가지고

자신의 위치와 언행을 돌아봤으면 좋겠다.

아니, 소리낼 수 있는 "입"을 가진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말이겠지.


아~ 너무 깊게 왔다. 어떻게 회복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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