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 상담

잡담 2007. 1. 23. 08:50
지난 일요일 오전,
용인의 펜션에서 잠이 덜 깬 나를 전화기가 깨웠다.
현 근무지에서 중역으로 계시다가 다른 금융회사의 임원으로 옮기신 분이었다.
"아 예~ 안녕하셨습니까"
아내와 친구 부부 모두가 자고 있는 상태라 조용히 얘기해야 했지만 나도 모르게 평상시 목소리로 전화를 받고 있었다.

일요일 9시가 넘은 시각에 문제가 생긴 컴퓨터에 대해 물어볼 사람이 마땅치 않았는지
예전에 한번 집을 방문하여 컴퓨터를 봐드렸던 내게 전화를 하신 모양이다.
워낙 깍듯이 예의를 차리시는 신사다운 분이라 성가시거나 기분 나쁘지 않았고
오히려 나를 찾아주신 게 감사하여 내가 도와드릴 수 있는 부분까지 안내해 드렸다.
앞에 컴퓨터만 있었다면 원격으로 지원해 드리고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전화를 끊고 아침 바람을 쐬며 잠시 생각해 보았다.
전화한 사람이 그 분이 아니고 평상시 전화를 하는 평직원들 중 하나였다면
그렇게 공손할 수 있었을까.

그 날이 아니더라도 평상시 반복적인 내용의 상담 전화를 많이 받다 보면
나도 모르게 목소리는 더더욱 사무적으로 되고 짜증까지 섞여서 상대방을 다그칠 때가 많다.
요즘 들어 일에 회의를 느끼는지 그런 일이 더 많아진다.
회사를 대표하여 최종 고객들의 문의 전화를 받으며 항상 상냥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 상담원들이
요즘들어 존경스러워 보이기까지 한다.

상대방이 내 부모면 그렇게 말할까, 평직원을 사장님 대하듯 그렇게 말 할 수 있을까.
혹은 임원들을 평직원과 같이 평등하게 대할 수 있을까.
세상에는 쉬운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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