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기념일

잡담 2011. 11. 6. 09:36
11주년 결혼기념일.
에버랜드를 계획했다가 일기예보에 비가 온다하여 민속촌으로 정했다.

아내가 출근날이라 오전에는 집안 청소를 하고, 아내와 라면, 김밥으로 점심을 때운 뒤 2:30 쯤 출발했다.
매번 다니는 고속도로 코스는 재미가 없을 듯하다 하여 1번 국도를 줄기차게 따라 가며 1시간 30분만에 도착했다.

입장료 15,000원, 자유이용권 20,000원.
입장료가 만만치 않군.
퇴장시간이 18시라 2시간 동안 열심히 봐야 했다.



아내가 훗날 이런 구조의 한옥에서 살고 싶다며 연신 카메라로 인증샷을 찍는다.
집관리인을 두어명 두려면 생활비가 얼마나 드려나.


올 가을 단풍구경을 못했는데 민속촌에서 맞는 은행잎눈도 꽤나 정취있고 아름답다.

수년 전 경희 내외와 민속촌을 찾았다가 미라씨 지갑 잃고 막걸리 한잔 했던 기억을 되살리며 주막에서 메밀묵에 막걸리와 식혜 한잔 들이켰다. 여전히 맛나다.

날이 어두워지고 18시가 넘어가자 떠나기를 못내 아쉬워하는 아내는
마을 어귀 어느 초가집 안에서 몰래 잘 수 없을까 하는 꼼수도 부려보며 웃는다.


기와지붕 너머로 보이는 반달이 평소 아파트촌에서 보이던 모습과 사뭇 다르다.
비록 백열등이긴 하나 청사초롱 옷을 입은 조명이 반달의 정취를 더한다.

출구를 나선 후 대부분의 차가 나간 후에도 문 앞을 서성이며 1시간여 간 아쉬움을 달랬다.
경희 내외와 통화하려 전화번호 문의차 운섭과도 통화하고
힘들게 경희, 미라씨 내외와 연결되어 한참 수다 떨고
상훈에게도 전화를 했지만 바쁜지 전화를 안 받고...
막걸리가 한잔 들어간 아내는 이 기분좋은 순간을 많은 사람과 나누며 오래 누리고 싶나 보다.

집으로 오다가 갑자기 생각난 수원왕갈비.
네비게이션에서 수원왕갈비를 검색하자 집과는 반대편 쪽으로 20분이나 가야했다.

속는 셈치고 도착한 서수원 왕갈비는 저녁 시간이 지난 시간임에도 빈 자리가 1~2개 밖에 없이 초만원이었고 맛 또한, 20분 넘게 찾아온 노고를 저버리지 않았다.

갈비집에서 얼마 안 떨어진 과천-의왕 고속화도로를 타고 거짓말같이 금세 1번 국도를 통해 귀가했다. 새로운 길도 찾고 맛좋은 음식점도 알게 되어 보람 있네.

갈비집에서 떠날 무렵 아까 전화를 받지 않은 상훈의 연락이 왔다.
집으로 오라 하여 경륜, 상훈과 함께 벌어진 2차 술판은 새벽 3시가 넘도록 이어졌다.
오랫만에 만난 우리들의 최대 관심사는 역시 교육이었다.

세명의 아이와 씨름하는 상훈이를 위로, 격려하고
깊이있는 교육철학을 가진 경륜에게 놀라다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즐거웠다.

이 정도면 세부에서 보낸 10주년의 추억 이상으로 오래도록 기억될 11주년 결혼기념일이 아닐까 싶다.

모두의 몸과 마음 건강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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