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니

잡담 2010. 9. 25. 22:33
사랑니를 뽑았다.

얼마 전부터 살살 아프더니 추석 연휴에 빼야겠다 싶을 정도로 통증이 느껴져 거울을 보니 많이 상했다.
동료가 사랑니를 뺐다던 치과를 검색하다가 비슷한 이름의 집근처 치과가 있는데 네티즌평이 좋길래 냅다 예약했다.

예전에 강남에서 윗쪽 사랑니를 뺄 때 조금 아프긴 했지만 금세 끝나서 이번에도 그러겠거니 했건만 1시간 남짓 공포의 시간을 보내고 겨우 뺐다.

생애 37년 동안 겪은 그 어느 고통의 시간보다 고통스러웠고 공포 그 자체였다.
여의사가 기구로 아무리 힘을 줘 잡아 당겨도 전혀 꿈쩍 않는 느낌이 턱에서 느껴지니, 이 고통의 시간이 끝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상상이 들며 눈앞이 캄캄하고 암담하며 턱이 빠질 것 같았다.

목에 이물질이 낀 것 같아 숨 쉬기도 버거운데 간호사는 침만 빨아들이고... 잠깐 쉬며 양치 좀 하고 싶은데 전혀 여유를 주지도 않는다. 이러다가 숨이 막혀 죽는구나... 싶기도 했다.
이렇게 수술받다가 죽으면 아내가 얼마나 어이없고 슬퍼할까... 오열하는 장면이 떠오르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썩소가 지어지지만 그 순간만큼은 진지했다.

힘으로 잡아당기다가 '뚝'하고 부러지며 치아나 턱이 어떻게 될 것같은 공포감이 밀려왔는데 그 고통이 1시간 남짓되자 그렇게라도 빨리 끝났으면 싶었다. 그러다가 결국 치아를 부서서 뺐는지 마무리는 언제 했나 모르게 다 뺐다며 양치하란다. 맥이 풀리며 안도의 한숨이 쉬어졌다.

집으로 돌아온 후 마취가 풀리는 동안 너무나 아파 침대서 2시간을 뒹굴었다.
판단력이 흐려져 처방전과 약도 안 받아와 아내가 뒤늦게 다시 병원과 약국을 다녀왔다.
아내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어제만 해도, 병원서 깔끔하게 사랑니 뽑고 집에 와 블로그에 병원 추천글 올리는 생각을 했는데 이 정도 되니 도저히 추천글은 못 올리겠다.

가격도 73,000원이 넘으니 그리 싼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의사도 고생했으니 그 정도 돈은 받을 만하다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처음부터 쉬운 방법으로 했으면 서로 편했을 것을... 하는 아쉬움과 원망이 남아있다.

2010년 9월 25일.
지옥을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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