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끝자락

잡담 2008. 10. 26. 21:49
봄, 가을이 사라지고 여름, 겨울만 남으려나.
비가 오고나서 부쩍 쌀쌀해진 날씨다.
교과서에도 자주 등장하는 '뚜렷한 사계절'은 대한민국의 트레이드 마크인데
이제 그도 내세울 게 못 되는 시기가 오고 있다.

몇 주 전 한주네서 빌린 자전거도 다시 갖다주고
산책겸 안양천의 팔뚝만한 물고기 구경도 하러 낮에 집을 나섰다.

여전히 다리 밑에 모여사는 물고기 떼를 보며 "정말 크다"를 연발하고는
한주네 부자녀를 만나 다시 한주네 집으로 들어갔다.

밖에서 만나 잠시 산책하고 자전거만 건네주고 올 요량이었는데
시간이 시간인지라 저녁까지 시켜먹게 되었다.
지난 번에도 한주네가 저녁을 사서, 오늘은 기필코 내가 내고자
자장면 배달 아저씨 앞에서 선정씨 지갑을 빼앗고 내 카드를 내밀었다.
그런데 매번 내가 살 때만 더 가격이 싸다. 괜시리 미안하잖여.

내일 있을 약식 공개수업을 위해 숙제를 하던 선정씨도 과제물을 뒤로하고
저녁을 먹으며 아내와 힘든 직장생활, 교육현실에 대해 이야기꽃을 피웠다.

아내는 유치원이라 훨씬 덜한데
선정씨 얘기를 듣노라면 요즘 문제 초등학생들의 정도는 정말 심각한 수준이다.
우리 때와 달라진 아이들 문제의 원인이 단지 그들 때문일까.
모두 어른들이 조장하는 사회 분위기와 부모에 기인한다.
아이 가진 부모들과 어른들은 스스로 각성해야 한다.

문제의 원인을 밖에서 찾지 말고 자신 안에서 찾자.
불평하지 말지어다.

중국음식 배부르게 먹고 짧아진 늦가을 바람 맞으며 오랜만에 아내와 밤거리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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