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자! 서울

잡담 2006. 7. 20. 00:38
밤 11시가 훌쩍 넘어
운동장에서 땀 흘리고 지친 몸을 이끌며 집으로 향한다.

오랜만에 손에는 우산도 없고
날씨도 선선하니 웃옷이 몸에 달라붙지도 않아 기분이 여간 상쾌한 게 아니다.

시간도 늦은 데다가 돌아오는 골목길에 사람도 얼마 없어 조용하고
이어폰에서 들려오는 봄여름가을겨울의 따뜻한 연주음악이
지금 현재 이 순간이 내가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일깨워준다.

음악을 들으며 눈을 감고 팔을 벌려 본다.
순간, 바로 눈 뜨고 팔 붙이고 길 옆으로 비켜 선다.
앞에서 봉고차가 전조등을 내비치며 내게 달려온다.

차가 지나가고 나서 상쾌한 기분을 다시 이으려
이번엔 선선한 공기를 한껏 들이마셔 본다.
바로 내뱉었다.
전봇대 옆에 아무렇게나 쓰러져 있는 여러 개의 음식물 쓰레기 냄새가 코를 찔렀다.

아~ 참자.

음악을 흥얼거려 본다.
언제 왔는지 갑자기 뒤에서 나를 앞지르며 젊은 넘 하나가 위아래로 날 ?고 지나간다.
뭘 봐~
속으로 생각했다.

어둑한 골목 어귀에는 담뱃불 두개가 뻘겋게 타오르고
이내 검은 두 그림자의 형상이 드리워진다.
독서실 앞 고딩.
중고등학생 시절, 하교길에 수도 없이 소심한 깡패에게 몇 백원 빼앗겨 본 기억 때문일까
순간 무릎이 찌릿, 등골이 살짝 오싹해진다.
허허~ 공부하러 온 녀석들인데 설마~
허허~ 고 녀석들 귀엽기만 한 걸...
내 뒤로 지나치자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약간씩 빨라진다.

아~ 서울. 이제 따뜻한 고향의 느낌은 저 멀리 사라졌다.

서울을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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