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방위 훈련의 공포

잡담 2007. 5. 3. 19:53
얼마 전 민방위훈련 통지서가 왔는데
가까이서 쉽게 받고자 서초구민회관에서 하는 훈련을 찾아 오늘 받고 왔다.

화생방 훈련과 응급 처치 교육을 받고 왔는데
기분이 상당히 찜찜하고 뒷끝이 개운치 않은 교육이었다.

무슨 소린고하니,
난 음산한 분위기의 음악에 상당한 공포심을 느낀다.
공포영화를 보는 거는 별로 무섭지 않으나 -전설의 고향은 좀 무섭군-
가끔 TV에서 음주운전에 관한 공익광고가 나올 때 흘러나오는 음악에 공포심을 느껴
채널을 급히 돌리거나 귀를 틀어막기도 한다.
그런 의도된 분위기의 전자음악을 들으면
심장이 벌렁거리고 등골이 오싹해지며,
무엇보다 주체할 수 없는 미칠 것 같은 기분이 너무나 불쾌하다.
아마도 운전면허증 받기 전 비디오를 통한 정신교육 시간을
반나절로 했다면 난 아마 미쳤을지도 모른다.
면허증을 안 받고 말지...

오늘 민방위훈련이 바로 그 짝이다.
90년대 중반에 일본에서 있었던 옴진리교 독가스 유포사건 등
온갖 불안한 영상 밑에 깔려나오는 더 불안한 배경음악들.
심장이 터질 것만 같은 것을 정신력으로 참았다.
눈을 감고 잠을 청하려 애써도 더 불안해졌다.
기분이 언짢으니 실내의 공기도 불쾌히 여겨지고 더 춥게 느껴졌다.
중간 쉬는 시간에, 마침 mp3 player 에 담겨져 있던
Norah Jones 의 음악으로 겨우 마음을 진정시켰으나
심폐 소생술 시간에 나오는 영상도 기분나쁘긴 마찬가지였다.
이젠 배경음악이 없는 영상의 나레이션 목소리마저 음산하게 들렸다.

끝나고 바깥바람을 쐬며 집에 오는 동안 내내 후유증에 시달렸다.
다음 훈련부터는 귀막개를 소지해야겠다.

음, 나 이거 정신병 수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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