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여름가을겨울 안양 공연

잡담 2007. 5. 20. 02:40
안양문예회관에서 어제, 오늘 열린 봄여름가을겨울 공연에 다녀왔다.

일주일 간의 피로가 쌓인 아내는 오늘도 오전 근무에, 낮에는 친구집에서 시간을 보내느라 피곤해 했다.
5시쯤 집에 와서 잠시 눈을 붙인다고 방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공연 관람은 물건너 갔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의외로 한시간 만에 잠을 뿌리치더군.
봄여름가을겨울을 좋아하는 나를 생각해서인지
아님 요즘 의욕이 바닥난 자신이, 공연 관람으로 꼭 충전을 하고자 함이었는지
아무튼 아내가 장하고 고맙다.

공연내용은 2년인가 3년 전 연세대강당에서 보았던 컨셉 그대로였다.
태관, 종진 형님이 직접 열연을 펼친 단편영화(?) 또한 그 때 그 영상 그대로였다.
(이거 어디 UCC 사이트에 올라온 거 없으려나?)
선곡도 그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고 어쿠스틱한 편곡 역시 같은 컨셉이었다.
이런 걸 브랜드 공연이라고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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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좀 찍어볼까...하고 전원을 켜자 바로 배터리 부족 표시. 이런 된장. 공연 사진 한장 겨우 건졌다.


모두 알고 가서 봤지만 역시 노장(?)은 죽지 않았다.
1,000석 조금 넘는 공연장에 빈 자리도 상당하여
분위기가 무르익기 전 전반부는 약간 뻘쭘한 느낌이 있었으나
한잔의 추억부터 폭발한 에너지는 막이 내릴 때까지 식을 줄을 몰랐다.

반 이상 일어서 열광하는 관객을 보며 벅차오르는 감정을 누르지 못한 종진 형님은 눈물을 훔치...
아, 땀 닦는 거구나. ^_^

형님들의 음악을 사랑하고 자주 듣지만 실질적으로 공연에는 자주 가지 못 한다.
한때는 나도, 형님들과 함께하는 공연 세션맨들의 이름과 얼굴을 모두 알았으나
오늘은 임주연 양 외에는 모두 처음 보는 분들이었다.
종진 형님이 여러번 이름을 외치며 소개해 주셨지만 그저 박수소리에 묻혔다.

공연 앞부분에 캐스터넷츠, 트라이앵글, 풍금 등의 소악기와
종진 형님의 기타만으로 '전화'란 곡의 연주가 있었다.
종진 형님이 기타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으면
각각의 연주자가 중간에 자신의 자리로 옮겨 본래의 사운드를 채워나가는 형식이었는데
드럼, 키보드, 베이스, 퍼커션이 하나씩 가미되며
임팩트가 느껴지게 뻥~하고 터져줬으면 감동이 더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두리뭉실 넘어가는 과정이 아쉬웠는데
좀 더 극적인 연출이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 하는 나만의 생각.

그리고 앵콜곡으로 나온 미인.
물론 좋았으나 연이어서 한잔의 추억 쯤으로,
마지막 발길을 돌리기 아쉬워하는 팬들에게
또 한번의 카타르시스를 느껴주게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뭘 불러도 끝나는 공연의 아쉬움을 달래줄 수는 없을테지만
전체 곡 순서를 모르는 관객은
어, 이게 끝이야? 에이, 그럼 아까 같이 방방 뛰어보는건데...
하는 아쉬움이 남기 마련이다.
앵콜곡은 마지막임을 인지하기 때문에 관객은 그 마지막에 모든 것을 크게 발산하길 바란다.
그런 음악으로는 한잔의 추억만한 게 없다.
미인바나나 쉐이크, 어떤이의 꿈 그리고 한잔의 추억.
네곡 중 적어도 두곡은 연이어 앵콜곡으로 들려주시는 센스!
히히, 이것 또한 나만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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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직후, 관객보다 빨리 로비로 나와 한명 한명 사인에, 사진까지 찍혀주신 두분. 오랜만에 가까이서 뵈니 두분 모두 살이 많이 빠졌다. 종진 형님의 두 눈은 쾡하고-공연 후유증보다는 신혼 후유증의 의심이 듬- 팔을 수천번 휘두른 태관 형님은 볼이 발그레. 이거도 겨우 찍었는데 형님들과 같이 찍자고 했다가 배터리 나가면 무슨 X쪽. 아쉽지만 악수만 하고 이제 그만... 손 씻지 말까?


공연 중간에 알아챘는데
그렇게 열광하는 관객 가운데에서도 유난히 눈에 띄는 아낙네가 있었으니
바로 얼마 전 종진 형님과 한가족이 된 승신 누님이었다.
내 자리의 바로 앞줄 끝쪽에 있었는데 어찌나 저리 좋아하시는지.
한동안 나와 아내는, 무대 쪽보다 승신 누님 쪽으로의 시선을 떼지 못 했다.
너무 신혼 티 내시는 거 아녜요?
지난 주 성남 공연에도 가셨던 거 같은데,
바쁜 와중에도 부군의 공연은 빼놓지 않고 꼭 챙겨보시며 응원해 주나 보다.

얼마 전 아침 인터뷰 방송에도 출연해서 강렬한 부부애를 과시했다는 기사를 보았는데
음악인, 봄여름가을겨울의 종진 형님이 아닌
연예인 김종진이 되어 가는 듯한 느낌에 걱정 반 반가움 반의 느낌이었으나
서로 위하며 격려해주는 모습은 옆에서 보는 사람마저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
아내는 남편에게 환호하고, 공연 중 그런 아내의 모습을 알아채고 살짝 표시해주는 남편의 모습이란...
좋지 아니한가.
서로에게 정말 자랑스러운 부부의 모습, 샘날 정도로 보기 좋다.
사랑의 힘으로 형님의 창작 의욕이 다시금 불타오른다면
팬의 한 사람으로서도 고맙고 즐거운 일이다.

이번 KBS 라디오 봄 개편에서 지난 4년간 맡았던 프로그램을 하차했는데
8집 앨범 작업을 위해 6개월만 쉬게 해달라 PD에게 간절히 부탁하여 그렇게 되었다는
종진 형님의 설명이 있었다.
그거야 뭐 믿거나 말거나지만 오래 전부터 소문만 무성했던 8집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니
벌써부터 설레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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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인받을 곳 없어 산 베스트 음반. 골수팬이라 자처한 내가 초기(1998년)에 나온 블랙 화이트 베스트 음반을 못 산 것이 자존심 상해 계속 안 사다가 오늘에야 2003년 재발매 버전으로 구매했다. 위의 사인이 종진 형님, 밑이 태관 형님. 사인만으로는 좀 아쉬워 되돌아가 누피 이름도 받아왔다. 왓싸~


지금까지 내 반평생을 함께한 봄여름가을겨울의 음악,
내 인격 형성과 감정의 숙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내 젊음 내내 내 곁에서 함께 한 그들이 있기에 행복하고 그들이 자랑스럽다.
스타는 팬이 있어 존재하고 팬은 스타 덕에 행복하다.
그 행복한 공생관계가 언제까지나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어제 오늘 공연하느라 종진 태관 형님, 그리고 연주자와 관계자 여러분 수고 많이 하셨어요.
앞으로도 염치없이 수고 부탁드릴게요.
앨범 나오면 제가 어떻게든 CD는 구해보도록 할게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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