쌩쑈

잡담 2008. 6. 12. 19:57
아내와 함께 집에서 저녁식사를 마치고 욕실에서 씻고 있었다.
아내가 수영장에 다녀온다며 내게 얘기하고 욕실문을 꼬~옥 닫았다.
샤워를 마치고 물기를 닦아낸 후 욕실을 나서려 하는데 헉! 문이 안 열린다.

욕실로 인한 습기와 흰 페인트가 뻑뻑하게 맞닿은 윗쪽 모서리가 운 나쁘게 달라붙어
아무리 잡아당겨도 문이 열리지 않는 것이다.
살살 달래본다고 손잡이를 요리저리 힘을 바꾸어 당겨도 마찬가지다.
한 2분 정도 해보다 이제 제 성질에 못 이겨 팔뚝으로 있는 힘껏 문을 내리쳤다.
허벌나게 아프다.

바깥에서는 툭툭 치면 쉽게 열릴 것 같은데... 수영장 간 아내를 전화로 부를까?
음, 전화기가 밖에 있잖아.
이러다가 아내 수영 끝나고 올 때까지 못 나가는 거 아냐? 앗! 수영 끝나고 미용실 들렀다가 온다 했는데.
문을 꼭 닫고 간 아내가 점점 원망스러워지자 아내가 올 때까지 오기로 욕실에서 버텨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5분 정도 지나자 별의별 생각이 다 머리를 스친다.
당겼을 찰나에 생기는 틈으로 뭐 딱딱한 걸 넣어보면 될 것도 같은데.
아쉬운 마음에 슬리퍼로 넣어서 어떻게 될까 했지만 잘 안 된다.
걸리는 부분에 물을 살짝 뿌려 당겨보지만 여전하다.

문이 부서져라 내려친 팔뚝이 찡해오고
체중을 실어 열다가 뒤로 자빠질 뻔하자 살짝 눈물까지 핑돈다.
소리를 한번 "악~" 지르고 몇번 발악하다가 제풀에 지쳐 잠시 평온을 찾는다.

잠시 후 다시 평소처럼 열어본다.
툭 소리가 나더니 어이없이 열린다.
이런 니미럴. 욕이 절로 나온다.

상상해보라. 한 6~7분여간 발가벗은 상태로 욕실문 부여잡고 씩씨거리는 내 모습.
쌩쑈도 그런 쌩쑈가 없다.

오늘, 샤워 두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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