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설치 비용

잡담 2006. 10. 30. 10:36
어제 이사의 마지막 단계로 에어컨 설치기사가 왔다.
토요일에는 예약이 다 차서 일요일 아침에 방문했다.

이미 다 지불한 이사비용에 에어컨 기본 탈부착 비용 5만원이 포함되었고
예전에 쓰던 파이프 길이가 얼추 맞아 보여
추가비용은 전혀 안 들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자마자 기사가 하는 말,
"기존의 파이프는 사용 못 하시고, 설치하는 파이프 1m당 13,000원입니다."
게다가 열이 바로 빠져야 하기 때문에 실외기 위치가 베란다 창문 바로 앞에 있어야 한다며
올바른 위치를 알려줬다.
눈으로 얼추 보아도 5~6m 는 족히 되어 보였다.
머릿 속에서는 계산기가 마구 돌아간다.

"그냥 쓰던 파이프 쓰면 안 될까요? 설치한지 1년 밖에 안 된 건데..."
"같은 장소에서는 1년이든 10년이든 상관없지만 일단 이전하면 파이프가 구부러지기 때문에
다시 쓸 수 없어요. 새 거로 쓰셔야 합니다. 쓸 수 있다면 제가 처음부터 그런 얘기를 안 했겠죠."
하면서 어색한 웃음을 짓는다.
정말일까?

이전하면 파이프를 바꿔야 하는 게 거의 상식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했지만
그런 게 상식이라면 이삿짐을 매일 나르는 이삿짐 센터에서는 파이프를 왜 들고 오겠는가.

아무리 생각해도 돈이 너무 많이 나올 것 같아
설치 부속품을 챙기는 다른 기사분에게
부러질 때 부러지더라도 그냥 있던 거 재활용 해달라고 얘기를 하려 나가 봤지만
친절하게도, 피복을 벗겨내고 부속품만 뺀 후 이미 파이프를 못 쓰도록 구부려 놨다.

일하는 사람에게 안 좋은 소리 해봤자 좋을 거 없기에 꾹 참았다.
결국 6m가 조금 넘게 나왔다며 8만원을 요구했고
가스도 별로 없다해서 좀 싸게 채워달라 했더니 많이 생각해주며 1만원을 얘기하여
9만원의 비용이 소요되었다.

내가 너무 박하게 행동했나 싶어 공구를 챙기는 기사분에게
"추가비용이 전혀 안 들 줄 알았는데 갑자기 많이 나오니까..."
하며 쓴웃음을 지었더니
"허허허, 에어컨 옮기면서 추가비용이 안 들거라 생각하는 건... 허허~"
이런다.

죄송합니다. 제가 좀 가난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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