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

잡담 2009. 8. 21. 22:26
올 여름 휴가.

8월 15일 토요일 첫날...일 뻔한 날.
느즈막히 일어난 아내 덕에 무작정 어디든 떠나려던 계획이 늦춰지더니
타는 듯한 태양을 피해 해지고 출발하려고 마음먹다가 출발은 계속 계속 미뤄지기만 하고.
결국 내일 가자 맘 먹고 보러간 심야 영화 퍼블릭 머시기는 억지로 미루던 잠만 앞당겨 중간에 집에 와 자버렸다.

8월 16일 일요일 실제 첫날.
포항 사는 정호네로 8:30에 집을 나서 고고싱.
전날 집 밖에 놓았던 차를 단지 내 주차장에 두려고 먼저 나간 아내와,
지갑을 두고 나갔다가 다시 가지고 늦게 집을 나선 내가 서로 코 앞에 두고 길이 엇갈려
9:20 버스 놓칠까봐 마음 닳은 아내가 살짝 짜증 내며 택시를 잡아 타다.

부천-범계-경주-포항으로 이어지는 시외버스 덕에 4시간 40분만에 편하게 포항 터미널 도착.
시외 버스 중 우등고속 버스가 걸린 건 참으로 행운이다.

정호네와 수개월만에 조우하고 주희, 정호와 함께 영일대 산책,
저녁은 맛있는 삼겹살 집에서 정호가 샀다.

8월 17일 월요일 둘째날.
새벽 4:30에 서울서 출발한 지용네가 아침 7시에 정호네 도착.
다들 꿈 속이라 조금 더 잠을 청하기로 함.
가까운 칠포 해수욕장에 가서 나 혼자 신나게 파도 타고,
정호는 주희와 모래장난, 지용이는 연신 사진 셔터기만 누른다.

아내와 교림씨, 미연씨, 시온이는 더운 날씨에 고역이겠다.

한 3시간 있었나... 집에 돌아가 샤워 후 잠시 쉬었다가 회타운에 가서 회 한 접시로 저녁 식사.
처음에 모듬으로 시켰으나 조그만 생선은 먹을 것도 없고 맛도 없다고 아내가 광어 큰 놈을 고른다.
덕분에 미연씨가 포식한다. ^^

밤늦게 도착한 양동마을 한옥집.
생각 이상으로 허름한 모습과 모기와의 전쟁으로 첫인상이 별로였다 보다.
하지만 아이들 재우고 방 옆 마루에서 모기 뜯기며 새벽 3시까지 얘기 나눈 시간은 이번 여름 휴가의 절정이다.

지용이가 가져온 2개의 대형 모기장 덕분에 모두 몸과 마음 편히 잘 수 있었다.

지용이가 즉석에서 출력해준 사진. 이 녀석이 분명 파일로 안 줄테니 이렇게 찍어서라도 올려본다.


8월 18일 화요일 셋째날.

다들 된장찌개 먹는데 난 꿋꿋이 청국장. 아침 맛나다.
해수욕 다녀온 어제와 달리 아침부터 타는 태양.
정호가 한번 다녀왔다던 내연산 계곡으로 향한다.

더운 날씨, 평일 아침부터 산 찾는 사람 없으려니 했으나 웬걸. 계곡이 좋아 은근 사람 많다.
땀 닦으며 40분 정도 오르니 남녀 한쌍 자리잡은 옆에 좋은 자리가 있다.

깊어봤자 주희 허리께 찰 정도의 깨끗한 물에 물고기도 참으로 많다.

주희가 감기 걸렸던 곳이라 교림씨가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1시간 남짓 놀고서 다시 내려온다.
교림씨는 어제에 이어 여전히 속이 안 좋아 컨디션 꽝인가 보다.

정호네 집, 베이스 캠프로 다시 향하여 뼈해장국 시켜 먹고
포항역서 천안으로 한번 갈아타는 기차표 끊어 새벽 1:30에 천안역에 도착.
택시타고 셋째 처형댁으로 고고싱.

8월 19일 수요일 넷째날.
휴가 전에 시켜 놓은 그래픽 카드를 장착하여 컴퓨터 고쳤다.
그런데 이건 뭐여. 기존 장비로도 드라이버만 잡으니 잘 되는구먼.
이안 컴퓨터 기사가 좀 귀찮았나 보다.

효진이 할머니께서 계속 먹거리를 만들어 주시려 하니 더 머물 수가 없다. ^_^
또 다시 뙤약볕에 버스 2번 타고 성거로 고고싱.

소연이는 정은네 가고 없고 태진과 성준, 아주머니가 더위와 싸우고 있다.

해가 지고 별이 뜨자 아내와 태진, 성준과 함께 돗자리 챙겨 저수지에 올랐다.
별을 보며 한명씩 차례대로 노래를 부르고 수박을 먹었다.
휴가의 마지막 밤이었다.

천흥 저수지에서 내려다본 야경


8월 20일 목요일 돌아오는 날.
다음날 용산행 급행 전철을 타고 한가로이 집으로 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비가 쏟아진다. 운이 좋군.

비가 그치고 3시가 넘어 부모님 댁으로 간다.
아침에 장모님이 사주신 거봉 한상자 들고.

개학이 언제니? 아유~ 방학이 아직도 그리 많이 남았어?
어머니 아버지가 번갈아가며 한 말씀 하시니 아내가 잘 때까지 잔뜩 스트레스 받아 우울해 있다.

맘 편히 놀지도 못하고 방학 때도 늘 신경쓰며 사는 게 진절머리 나나 보다.
이번 겨울방학부터는 그런 소리 들으면 억울하지나 않게 막 놀 거란다.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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