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잡담 2006. 11. 2. 09:21
이사를 하고 집을 꾸미기 위해 요 며칠 사이 아내가 몇 가지 소품들을 사왔다.
그 중 용도를 알 수 없는 게 있어 물어보니 와인병 보관틀이라 했다.
가격은 1만5천원.

그 물건의 용도와 가격이 우리와는 안 맞다 생각하여 듣는 순간 환불을 해오라 정색을 했다.
내가 술을 전혀 안 마시는데다가 와인은 가끔 선물로 받으면 소비하는 거라 생각하는데
이를 보관하는 물건을 사온 아내의 의도는, 단순히 보기에 예쁘고 집을 꾸미고 싶은 마음이
앞서 순간의 사치를 부린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내는 와인을 앞으로 꾸준히 마시기 위해 꼭 필요한 물품이라 생각했던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다.
물건을 보자마다 그런 말을 한 나 때문에 시무룩해 있는 아내가 안 되어 보여
씻고 나온 아내에게 일단 사온 물건이니 이번은 쓰고 다음부터 우리에게 안 어울리는
저런 물건은 3번 더 생각해 보라 했다.

난 아내가 내 말에 수긍을 하리라 생각하고 꺼낸 말인데
아내는, 나는 어렸을 적 갖고 싶은 게 있을 때 부모님이 다 채워주셨지만
자신은 별로 그렇지 못하여 지금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것이니
차라리 한달에 맘대로 쓸 수 있는 금액을 정하여 서로 맘 상하지 않도록 하자는 제안을 했다.
아내의 제안금액은 15만원, 난 5만원, 결국 10만원으로 합의.

필요한 걸 사는 것과 과하게 사는 것은 차이가 있지 않나?
그걸 시행착오라 한다면...
자신의 잘못은 인정하지만 앞으로도 그럴 것이니 놔둬 달라는 뜻인가?
내 의도한 바와는 딴 방향으로 흘러버린 대화.
내가 자린고비라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아내와 많이 동떨어진 느낌.
나에게도 실망하고 아내에게도 큰 실망을 했다.

와인병 보관틀보다 더 비싸 보임직한 커튼을 열심히 달고 예쁘냐고 묻는 아내.
관심없다.

이틀이나 지났지만 역시 우울하다.
있는 그대로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내 잘못인가.
사랑은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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