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의 계절, 고로 전세금 인상의 계절

잡담 2008. 8. 28. 21:07
퇴근이 늦어 회사 건물 지하서 홀로 저녁을 먹고 있는데 전화 한통이 왔다.
집주인이었다.

전세 기간 만기가 되어가니 전화가 오긴 올거라 생각했는데 보통 만기 3개월 전에 보증금 인상 여부를 통보해 준다고 알고 있었기에 2달 정도 남은 시점에서 올해는 안 올리려나 보다 생각하고 있었건만 결국 올 것이 왔다.

인상 금액을 조심스레 물어보니 저쪽에서도 조심스레 대답한다.
1천만원.

집에 와서 아내에게 얘기하자 이사비용 생각하면 그냥 사는 것이 낫겠다 한다. 나도 진작에 그렇게 생각했다.
다시 집주인에게 전화를 걸어 계속 살겠다하고 슬며서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조금 깎아달라 했다.
주인도 그닥 급전이 필요해서 그러시는 거 같지는 않아서 혹시나하고 말씀드렸는데 형편 되는대로 하면 좋겠다하시며 얼마 정도면 되겠냐고 물으신다. 800만을 불렀다. 흔쾌히 그러고마 하신다. 통화를 듣는 아내가 쾌재를 부른다. 감사하다 말씀드리고 훗날 통화를 약속하며 끊었다.

계약 날짜가 되어도 800만은 힘들지만 그나마 200이 준 게 어디냐. 보증금을 깎은 게 내심 기쁘면서도 그 정도 여윳돈도 없이 살고 있는 내가 좀 안스럽고 한심하기까지 하다보니 우울해지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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