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버스에서

잡담 2007. 3. 21. 09:03
귀에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으며 가고 있어서 처음에 잘 몰랐다.
버스가 멈춰 움직이지 않고 뒤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기사: 문이 닫히려는데 타시면 어떡합니까? 뒷문은 내리라고 있는 문입니다.
승객: 다른 차는 뒤로 타라고 해서 탄거죠.
기사: 타다가 다치면 저 사표 씁니다. 타지 마세요.
승객: 남들 다 타니까 저도 탄거죠.
기사: 그 차 타세요, 내 차 타지 말고.
승객: 다들 타라고 하는데 이 차만...
기사: 타지 마세요!

다시 자리로 돌아간 기사, 운전해서 가는데
승객, 분이 안 풀렸는지 계속 혼잣말로 뭐라 하다가 이내 앞자리로 옮겨 본격적으로 쏘아붙인다.

승객: 아니, 남들은 다 타는데 타지 말라니...
기사: 아저씨, 아저씨가 타다가 만의 하나 다치기라도 하면 저 사표 쓴다구요.

승객: 아니 그럼, 다른 차들도 뒷문으로 타지 말라고 하던가. 아침부터 기분 나쁘게 말야.
계속...(기억 안 남.)
기사: 저는 규정대로 말씀드리는 겁니다.
승객: 그럼 당신이 회사 가서 말을 해야지, 다른 차는 다 태우는데 나한테 뭐라 그러냔 말야.
기사: 그럼 그 차 타세요. 문 닫히는데 탄 건 잘못한 거 아닙니까.

승객: 아니 잘못한 건 잘못한 거고. 그럼 모든 차가 다 뒷문으로 태우지 말아야지 말야.
이 차가 당신 차가 아닌지 어떻게 아냔 말이야~
그런 걸 가지고 아침부터 사람 기분 나쁘게 하고 말야,
내가 아침부터 당신한테 그러면 당신은 기분 좋겠어?

실랑이는 계속 되고 난 내릴 차례가 되어 내린다.
그 상황에서 주위 사람이 그만 하라고 하면 아마 그 사람에게 온갖 화풀이가 쏟아질 게 분명하다.

기사분은 직장을 걸고
승객분은 자존심을 걸고,
주변 사람들은 쾌적한 출근길을 걸고...
저마다 다 자기만의 이유가 있는 법이다.

직접 보지는 못 했지만 승객 아저씨가 간과한 거 한가지.
앞문이든 뒷문이든 문이 닫히려고 할 때 타면 위험하다는 거~

나도 신혼여행 갔을 때 여행지에서 산 장대 우산을 버스에 두고 내린 것이 내리면서 생각나
뒷문이 닫히려고 할 때 후다닥 뛰어들어가 우산을 들고 앞문으로 내린 적이 있었다.
기사 아저씨와 승객들의 황당한 얼굴을 뒤로 하고 한소리 들으며 내렸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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