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치료

잡담 2008. 9. 11. 00:54
얼마 전 건강 검진을 받으며 치과에서 소개해준 병원으로 스케일링을 하러 다녀왔다.
소개를 받아 가면 5만원짜리 스케일링이 15,000원이다.
옆 직원에게 그 얘기 듣고 건강 검진 병원을 그 병원으로 택한 이유도 있었다.

일단 스케일링은 좀 아프긴 했어도 구석구석 잘 해준다.
간호사가 스케일링을 마치자 슬슬 영업을 시작한다.

치아 엑스레이를 찍어 전반적인 상태를 의사 선생님이 점검해 준단다.
치과 다녀온지 4년도 넘은 듯하니 한번 받아보지 뭐.
스케일링도 그렇지만 사랑니를 뽑고자 하는 생각이 있어 엑스레이를 찍었다.

의사가 치아를 들여다보며 여기저기 설명해준다.
그리고나서 다시 엑스레이 결과물을 보며 자세히 설명해준다.

어금니가 많이 닳고 충치가 있어 음식물이 씹혀도 공간이 생기니 얼른 충치 치료를 하고 살짝 코팅을 해야겠단다.
그리고 이와 잇몸이 벌어져 시린 부분이 4군데 있는데 되도록 빨리 치료해야 한단다.
그 외에는 관리만 잘 하면 그런대로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이라네.
그럼, 내가 얼마나 양치질을 잘 하는데...
사랑니는 너무 많이 썩어 내 예상대로 뽑기로 했다.

자, 의사와의 상담이 끝나니 이제 본격적으로 상담실로 향하여 상담 전담원(?)과 얘기를 나눈다.
아까 찍은 내 엑스레이 사진이 상담실 컴퓨터에서 이름 검색하니 떡 나타난다. 오~ 잘 해놨는데.

사랑니는 상태에 따라 1만원 미만에서 3만원으로 보험 적용되고
코팅은 25,000원, 시린니 하얗게 때우는 건 각각 4만원씩 16만원.
사랑니 제거 외에는 보험 적용이 안 되는건데 그나마 병원 소개로 와서 싸게 해준다고 한다.

자,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눈 앞 모니터에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가 치료를 하여 번쩍거리는 Before-After 사진들이 즐비하다.
아~ 나도 치료 안 하면 저렇게 될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면 귀 얇은 사람들은 모두 그러고마 하겠지.

일단 사랑니는 빼기로 마음먹었던 거고
어금니 충치는 악화되면 돈이 더 많이 드는거니 되도록 빨리 해야겠지.
다음주 금요일 휴가낼 계획으로 두가지 치료 예약을 했다.
시린니 때우는 건 좀더 생각해보마 했다.

나오며 계산하려는데 계산법이 희한했다.
다음 주 코팅 예정 치료비까지 합하여 청구한다.
15,000원(스케일링) + 9,800원(엑스레이) + 25,000원(충치 치료/코팅비) = 49,800원

여직원 무안할까봐 얼굴에 약간의 웃음기 띤 얼굴을 지으며 "왜 그래요?' 한다. 웃음의 의미는 어이없음임을 아려나?
"네~ 다음에 치료받을 때 이어서 한번에 치료받을 수 있도록 고객님 편하게 해드리려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들으면서도 명확히 이해를 못 해서 정리는 못 하겠지만 대충 위와 같은 내용이었다.
만면에 웃음이 가득한 친절한 직원분.

고객을 위하긴 개뿔. 엉겁결에 치료 예약하고 중간에 예약 취소할까봐 붙잡아 두려는 속셈이지 뭐.
그 때까지 좋던 병원 인상이 반감으로 급반전된다.

치료도 안 받고 선불을 낸다니 원.
그렇게 선불낸 사람들이 전화로 취소하려고 하면 일단은 안 된다고 튕기겠지.
그러다가 우기면 어쩔 수 없이 해주마 하겠지만 현금이면 돈 받으러 와야 하고 카드면 취소하러 오라 하겠지.
그거 귀찮아서 한번 더 생각하게 되겠지.
흠, 강남역에서 무한경쟁하기가 쉽지 않지?

난 취소할 생각도 없고 지금까지 본 치과 중에는 그래도 세밀하게 잘 봐준터라 치료를 받을 생각인데
굳이 까칠하게 굴어 심기 건드리고 싶지는 않다.
아니, 어쩌면 스스로 그렇게 위안 삼고 있나 보다.
뭐 사실 살짝 실랑이는 있겠지만 다음주 비용은 그 때 계산하겠다고 정색하고 말하면 그렇게 못 할 건 없었다.
일단은 병원 규칙이야 어쨌든 그게 원칙이니까.
하지만 결국 카드를 긁었다.
음, 오늘 돈 좀 썼군.

시린니 때우는 것도 생각해보려 했는데 그런 마음이 싹 사라졌다.
그래도 다음주, 치료 실력에 반해 또 변심하면 어쩐다?

참, 진료 예약해서 감사의 의미로 무료 스케일링권 한장을 받아왔다
집에 와 아내에게 받으러 가라 했더니 치과는 무섭다고 고개를 젓는다.

그건 거들떠도 안 보고 오늘 본사에서 추석 보너스로 준 신세계 상품권 10만원권을 들여다보며
이마트로 갈지 아웃백/VIPS로 가서 쓸지 고민하고 있다.
에이그~ 저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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