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회식

잡담 2006. 7. 17. 01:12
어제,
생일이 10일쯤 지난 결혼 전 친구녀석과
결혼 2년차 친구 부부와 함께 다섯이서 압구정동 회식 모임을 가졌다.
(서울 촌놈인 내게 압구정동 구경을 시켜준 친구들에게 감사한다.)

때늦은 생일잔치 명목으로 만났지만 열흘이나 지난 생일을 축하한다는 것도 좀 뭐시기하고
그냥 오랜만에 만나 저녁 같이 먹었다고 지금까지 생각하고 있다. (지용 미안 ^^)

저녁식사 장소는 압구정동의 "Koggi Koggi".
우리말로 하면 고기고기인지 코기코기인지 모르겠군.



종업원들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더니만 살짝 검색해봐도 홈페이지가 없다.
기껏 나온 게 5년도 더 지난 동아일보 기사 뿐이다.
그나마 찾은 위 사진도 지금의 모습과 완전 다르다.

2층에서 허브향을 비롯한, 갖가지 생소한 향기가 베인 삼겹살을 먹으며
비오는 모습을 쳐다보고 있자니 아내들의 입가에 미소가 가득하다.
아내의 행복한 모습을 보며 남편들은 행복감을 느낀다.

몇 달 전부터 사진에 푹 빠진 "10일 전 생일 친구"에게 사진 몇 장 찍어달랬더니
포즈도 안 취해준다고 까다롭다며 안 찍어준다.
까다로운 건 네가 아닐까 친구? ^^

밥 먹으며 뜻밖의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올해 초부터 2세를 계획하던 친구부부가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는 소식.
빛바랜 생일잔치보다 이제 세포분열 중인 친구부부의 2세 소식이 더 축하할 일이 되었다. (또 미안 친구)

배가 터지는지 시험해 보려다 관두고
쏟아지는 비를 가르며 2대의 승용차가 15분 정도를 헤매여 커피숍을 찾았다.
커피숍 이름은 모르겠다.
"풍경"이란 이름의 가게가 있는 건물의 1층에 위치한-역시 압구정동- 곳이란 것 밖에.

무엇보다 내 아내가, 딱 바라던 분위기의 카페라며 초기 10분 동안 방방 뜨던 모습이 사랑스러웠다고나 할까...흐흐
그런 곳에 가면 차를 마셔야 한다는 충고를 10분 후에 듣게 될 줄 모르고
아내는 가게 이름이 들어간 스페셜 머시기 커피를 시켜 한모금 마시고는
내내 다른 사람 차에 눈독을 들인다.



다음부터 저 각도에서 찍지 말아줘 여보.
40대 같아.

물 만난 고기처럼 사진작가는 연신 사진기를 들이댄다.
행여 우릴 찍어 줄까... 안 찍어준다.
에라~ 우리 똑딱이 사진기로 찍을란다.



"생일 축하합니다~아, 새~"
여자 둘이서 한 소절 부르고나니 촛불이 바로 꺼졌다.
우리 무안할까봐 빨리 불었단다.
고마워, 친구야.





아내는 사면서 이미 눈으로 맛을 모두 다 봤는지
정작 촛불 끄고 먹으라니 너무 달아서 먹기 싫다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예쁜이 애호가 미술학도인 제수씨도 맞장구다.
빨리 말씀하셨으면 제가 결혼 선물로 사드리는 거였는데 아쉽군요, 제수씨. ^^
지금 말하기 없기. ?퉤퉤.

사진작가는 우리와 동행인지 의문일 정도로
여기저기서 셔터 누르느라 정신 없고
두 아낙네는 벌써부터 자녀 교육에 관련된 열띤 토론을 벌이느라 신이 났으며
그 두 아낙네를 바라보는 두 배우자의 눈은, 힘겹게 오르내리는 배와 함께 침몰하고 있다.

우려한대로 찻값은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밥값과 비슷하게 나왔다.
하지만 여인네들 말처럼 어쩌다 한번 오는 건데 뭐. 즐거운 시간이었다면 그 정도야 뭐... 음. 그래도 비싸.

집에 올 때는 눈 앞에서 번개가 번쩍이며
누군가 차 위에 올라가 양동이로 물을 퍼부었다.

아직 혼자인 친구가 기타와 사진기보다 더 사랑스런 여인을 하루빨리 만나기 바란다.
이제 새로운 세상를 앞두고 있는 결혼 2년차 친구 부부가 아이를 낳을 때까지도
변함없이 사랑하고, 건강한 아이를 순산하기 바란다.
내 아내가 더도 말고 어제처럼만 행복하기를 바라고
비가 그만 오기 바란다.
(음, 글 쓰다보니 어느 새 날이 바뀌어 그저께가 되었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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