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

잡담 2008. 5. 31. 23:00
토요일 오후 6시.
상훈이 둘째딸 나영이의 돌잔치. 상훈이가 나만큼 한글을 사랑하던가.
자매 이름을 어쩜 이리 정직하게 짓니. 가영, 나영.

혼자만 참석하려다가 그런 자리에 나 혼자 가는 게 못내 아쉬운 아내가 안 좋은 몸을 이끌고 따라 나섰다. 그러니 원래 축의금 봉투 두께가 두배로 두꺼워졌다. ^^

뷔페집이 아닌 한정식 집으로 잡고 가까운 친척과 친구 몇명만 부른 조촐한 잔치.
인사를 나누고 봉투를 건네니 일절 받지 않기로 했단다.
둘째딸 돌잔치라 두번씩이나 와준 지인들에게 봉투 받기는 미안하고 축하해주러 온 그들에게 밥 한 끼 대접하는 게 목적이라고.
상훈이 심정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손님들 입장은 안 그런가 보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돌잡이도 보고 -나영이 골프공 잡음. 건강,돈,명예 한꺼번에-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

손님들 배웅하러 문 밖까지 나온 상훈이 녀석 난처한 표정에 상당히 바쁘다.
무언 일인가 봤더니 역시나. 강제로 봉투 쥐어준 손님들에게 쫓아다니며 다시 돌려주고 있다.
봉투 한두개 들고 있길래 나도 "야, 너 이거 형평에 어긋나잖아."하며 은근슬쩍 봉투 쥐어주려다가 퇴짜 맞았다.
상훈이 녀석, 끝내 다 돌려주더군. ^^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희한한 흰 봉투 돌려주기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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