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동료와 친구

잡담 2008. 6. 27. 11:32
같이 일하는 동료가 월요일부터 병가를 내고 입원중이다.
나보다 어린 나이에 당수치가 너무 높아 조절차원에서 입원을 했다.

어제, 같은 사무실의 여직원 2명과 함께 병문안을 갔는데
병원 앞에서 이것저것 사들고 갈 종류를 15분 정도 고르다가 지쳐
차라리 환자가 먹을 게 별로 없으니 우리라도 맛있게 먹고 힘내어 재미있는 얘기나 해주자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얘기하며 음료수와 바나나를 샀다.

그런데 그렇게 아무런 생각없이 산 먹거리로 같은 병실의 모르는 환자들도 있는 곳에서 우리끼리 바나나를 먹으려니 상당히 민폐를 끼치는 느낌이 들었다. (병원에 들어서자마자 간호사가 음식을 보며 환자에게 먹이면 안 된다고 경고한다. ^^)
게다가 바나나는 입원한 동료가 좋아하는 과일이란다.
결국 사들고 간 먹거리를 회사 야근 직원들에게 주고자 다시 들고 나오는 웃지 못할, 병문안 아닌 병문안이었다.
집으로 오는 길에 후회가 많이 되고 동료에게 미안했다.

본의 아니게 또 그 먹거리 일부를 집에까지 들고 오게 되어 경위를 아내에게 설명하자
세명이서 5만원 정도 모아 봉투로 주지 그랬냐 한다.
그 정도 금액을 모을만한 사람이 아니었다고 하니, 몇 년을 같이 일하고 그 정도도 못 하냐고 의아해 한다.
음, 정말 그러네...

동료가 없어 다른 직원이 본사에서 파견되어 일주일 같이 일하니 이것저것 불편한 점이 많다.
간단한 업무라도 알려줘야 하고 깊이 들어가면 내가 해야 하고...
그러니 평상시에는 나나 옆의 동료나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힘이 되어 주는 것이다.
벌써 이 친구와 만 2년하고도 3개월 넘게 같이 일했는데 그 사실을 잘 못 느끼고 있었다니.

내가 술을 안 마시니 그 동안 여럿이 같이 하는 회식자리 아니면 개인적으로 동료과 함께 저녁 때 같이 하는 시간이 한번도 없었다. 고등학교나 대학교 친구들과도 식사 혹은 술자리를 같이 하는 기회는 많지 않지만 아무래도 내마음 속에는 학창시절 친구와 회사 동료와의 구분선이 명확히 그어져 있는 듯하다.

워낙 개인주의적인 성격이라 학창시절 친구를 끔찍히 생각하는 것 또한 아니지만 회사동료는 일과 관련지어진 관계로 생각하니 더욱 무미건조할 수 밖에 없다.

사는 건 편하지만 가끔 이런 내 자신이 참 싫게 느껴질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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