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오류를 찾다.

잡담 2009. 2. 7. 00:12
내 대화 기술의 오류를 찾았다.

점심 시간, 회사 동료와 어제 보았던 생로병사의 비밀에 대해 얘기나눴다.

방송 보니까 견과류 효과가 정말 대단하던데요.
그래, 그런데 콜레스테롤이 많으니 많이 먹지 말라잖아.

엥? 콜레스테롤?
그래, 방송 말미에 나왔잖아. 콜레스테롤 많다고.

아, 칼로리. 열량이 높다구. 그래서 적당량 먹으란 말이죠.
칼로리, 콜레스테...롤. 같...은 거 아냐?

에~이. 뭐야. 그게 어떻게 같아. 칼로리는 열량이고 ... 하하~
......

내가 아는 대부분의 업무상 필요한 지식은 인터넷을 통하여 알게 된 것이다.
그래서 난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 대단하지 않다 생각한다.
관심만 가지고 자판 몇 번 두들기면 누구나 알 수 있다 여긴다. (사실이 그렇다.)
결국 내가 아는 보잘 것 없는 지식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거란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 기본 마음가짐으로 모든 생활의 대화에 적용시키는 데에서 내 오류가 시작된다.

이거 몰라?

?? 왜 이걸 몰라? 이거 XXX 같은 거야. 하하. 이걸 모르다니.
(그래 나 무식해. 너 잘 났다.)

듣는 이에게는 자신을 무시하는 소리로 들린다.
자기보다 내가 한수 위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여긴다.
자기를 내려다보고 있는 사람과는 즐거운 대화가 불가능하다.
적대감이 쌓인다.

지나친 겸손이 정반대의 인식을 불러오는 것이다.
(사실 자신을 깎아내리는 것은 겸손에 견줄 수 있는 행위가 아니다.)

그런데 내 의도는 그게 아니다.
나도 이렇게 쉽게 안 지식인데 왜 그걸 몰라?
나도 아는데 네가 왜 몰라. 다 아는 거 아니었어?
이거 아무것도 아니야. 이러이런 거야.

그러다보니 아무 생각없이 직설적으로 말을 내뱉는 사람으로 취급된다.
잘난 체 한다거나 단방향 대화를 하는 사람으로 인식된다.

내 의도같은 건 상관없다.
결과적으로 여러 사람이 내 이미지를 그렇게 가지고 있다면,
본래 의도같은 것에 연연하며 저 사람은 왜 저렇게 반응하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는 내가 한참 잘못된 것이다.


콜레스테롤칼로리의 의미를 원래부터 잘못 알고 있을 수도 있고
같은 자음으로 시작되어 순간 헷갈렸을 수도 있다.

진작부터 의미를 몰랐다한들 충분히 그럴 수도 있지 않은가.
자기가 관심없는 분야에는 아주 기초적인 생활지식에도 어두운 경험이 우리 누구에게나 있다.

자, 오류를 바로 잡자면 위의 대화는 이렇게 되어야 한다.

칼로리, 콜레스테...롤. 같...은 거 아냐?

그래 맞네. 칼로리, 콜레스테롤. 같은 ㅋ이니 헷갈린다. 허허~
그런데 그거 의미는 완전 다른 거예요.
1단계 공감이나 인정의 반응이 먼저 오면
상대는 무안함이 아닌 약간의 멋쩍음으로 그칠 수 있을 것이다.

난 늘상 그 단계는 당연한 부분이라 생략하고 있었던 거다.
작은 차이지만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상대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대화가 편해진다.

그 공감이나 인정의 반응이 표리부동의 연극이 아닌 생활에 베어있는 습관으로 묻어나도록
평소 자신을 다듬어야 한다.


나도 편안한 대화 상대가 되고 싶다. 유쾌한 이미지로 각인되고 싶다.
난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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