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할까 말까

잡담 2008. 7. 5. 16:54
한달 전부터 볼일을 보고 나면 피가 묻어나와 오늘 마음먹고 항문외과를 찾았다.
점점 더 심해지는 것같은 느낌이 들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게 될까봐 갔는데 수술을 해야 한다는군.
찢어진 부위가 2군데 있는데 이를 봉합하고 또 치열(울퉁불퉁 혹처럼 생겼다)이 있어 제거해야 한단다.
아직 수술일정을 잡은 건 아니지만 내시경으로 찍어준 사진은 내가 봐도 좀 심해 보이는 게 무시할만한 수준이 아니다. 아내는 여름이라 좀 선선해지면 하는 게 어떠냐고 하는데 내일 만나는 친구 녀석이 치질 수술 경험이 있으니 한번 물어나 봐야겠다.

그건 그렇고, 아무 생각없이 병원에 들어섰는데 큰 로비에 손님은 한명도 없고-토요일 점심식사시간 직후라 그런가 보다- 여성 간호사 네명이 나란히 앉아 있다가 내가 가까이 가니 "저희 병원 처음 오셨어요?" 하고서는 대뜸, "어디 진료받으러 오셨어요?" 라고 묻는다. 진료를 받고나서 이것저것 물어볼 때는 별 느낌이 없었는데 처음 대면하자마자 그 질문을 받으니 항문이요...라는 말이 쉽게 입에서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항문외과니까 당연히 그런 줄 알고 얘기할 줄 알았는데 그렇게 직접 물으니 멍해지더라.

난 사실 성격이 상당히 냉소적이라 일반적으로 남들이 창피해하는 것도 그게 뭐 어때서라며 하찮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니 이런 극히 사적인 얘기도 블로그에 적는게지- 하지만 아무리 이성적으로 생각을 한다해도 현실적으로 느끼는 감정은 그에 따르지 못한다는 사실. 어찌보면 나의 이중성을 들켰다고나 할까.

어찌됐든 계획에 없던 목돈 들 생각하니 좀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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