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잡담 2006. 8. 19. 00:12
엊그제 회사에 신입사원이 들어왔다.
늘 30세 이후의 경력사원만 채용하다가 모처럼 80년생의 신입 젊은이가 들어왔다.
내 업무를 지원하는 등 많은 연관성이 있어 나와 옆의 직원이 이것저것 가르쳐 가며 이틀동안 업무를 알려줬다.

오늘 아침, 출근 직후 정신없이 전화를 받다가 30분 정도가 지나서야 문득 그 친구가 안 보임을 깨달았다.
"인우씨, 오늘 그 친구 여기로 출근하기로 하지 않았나?"
"그러게요."
본사에 연락을 취해 보니 본사로도 출근을 하지 않았다.
본사 여직원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전화도 받지 않는단다.
'음, 이틀만에 제꼈구만.'

3~4년 전만 해도 난 그런 젊은이들의 사고방식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자신의 뜻과 뭔가 안 맞으면 당당히 얘기를 하고 안 나오던가 다른 곳을 가야지
어떻게 아무런 통보도 없이, 게다가 연락도 받지 않고 책임을 져버릴 수 있는가 말이다.
대학시절 아르바이트 일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주인은 사람을 구했다고 잠시 안심하였지만 하루 일하고서 일이 맘에 들지 않는 학생은
그런 사장의 마음은 아랑곳 않고 다음날 시간이 되어도 그 자리에 나타나지 않는다.
더 재미난 건 주인은 태연히 공고문을 다시 붙인다. 뭐 딱히 다른 방법이 있지도 않겠지만.
연락 않고 제 시간에 안 나가면 그것으로 더이상 나오지 않겠다는 자신의 뜻을 대신한다고 생각하나 보다.
고지식한 내 사고방식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어서 적잖은 충격을 받은 기억이 있다.
그 정도는 여럿이 살아가는 사회 생활에 있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가 아닌가?
내 생각이 시대에 너무 뒤쳐지는 것일까?

자신의 미니홈피를 찾은 지인이 방명록에 글 안 남긴다 맘 상해 하지만 말고
그 정도의 의사는 표현하며 상대방을 생각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지만 사실, 이제는 나도 그런 세상의 언어에 익숙해 무뎌졌다.
다만 오늘 밤부터 시작되어 일주일 이어지는 내 휴가와 맞물려
지점에 나갈 이도 없이 혼자 일을 해야 하는 옆자리 동료가 안스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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