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출근길

잡담 2008. 12. 2. 00:22
출근길 지하철 안.

월요일이라 그런가? 유난히 사당역으로 향하는 4호선 상행선에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경마공원 쯤 다다랐을까. 숨쉬기가 좀 거북해지며 머리가 좀 어지럽다.

팔 하나 올렸다 내리기 힘든 만원지하철에서
간혹 폐쇄공포증을 느끼게 되면 어쩌나하는 공포감이 밀려오기도 하고
탁한 공기 탓에 어지럼증이 느껴지는 경험을 종종 했기에

'음 체력이 또 많이 약해졌나 보구만.'

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이거 점점 더 심해진다.
숨쉬기가 좀 힘겹고 짜증도 날 무렵 다행히 경유지 사당역에 내렸다.

이 정도? 꿈도 꾸지 않는다. 이상일 뿐이다. 출처: 묻지마 검색

출근길 지하철이 이 정도만 되어도 감지덕지이다. 출처: 묻지마 검색



갈아탄 2호선은 아까 4호선보다 조금 낫다.
그런데 공기가 더 안 좋은 것인가.
현기증이 점점 더 심해지고 가슴도 답답하며 속이 메슥거린다.
이거 뭔가 평상시와 다르다. 이상하다.

방배역에서 문이 열릴 때쯤 문득 아! 하고 떠올랐다.

'아침에 먹고 나온 찐빵이 문제구나.'

우유 한잔과 함께 먹은 찐빵이 얹힌 것이다. 

원인을 알고나서부터 점점 더 불안해지고 증상이 심해지는 듯했다.
서초역을 향하며 엄청난 갈등을 한다.
내릴까 말까. 한 정거장만 더 가볼까?
에~이, 아침부터 지하철 화장실서 변기 붙잡고 꽥꽥거리기 싫은데...
아 어지러워. 가슴이 너무 울렁거리고 숨쉬기는 더욱 힘들어진다.
입 안에 침이 고이는 걸로 봐서 증상이 확실하다.

서초역에 멈춰 문이 열리기 직전까지 12번도 더 갈팡질팡하다가
문 사이로 들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크게 한번 들이마시며 한 정거장만 더...하고 지나쳤다.
머리가 핑 돈다. 고이는 침을 삼키며 계속 심호흡을 한다.

......
도움이 되었나 보다. 교대역에 다다르니 좀 가라앉은 데다가 사람들이 내려 공간도 조금 넓어졌다.
교대도 지나쳤으니 온 것만큼만 더 가면 된다.

그 고통스런 와중에도, 밑으로 나오는 거 참는 거보다는 위로 나오는 게 그나마 낫다는 생각이 들며
두가지 경우의 상황을 머릿 속에 그려 비교하는 내가 우스워 피식거린다.
이런 모든 일을 블로그에 어떻게 정리할까 하는 생각까지 드는 걸로 보아 이제 '완연한' 회복세로 접어들었다.

회사에 도착할 즈음에는,
몸통을 반으로 나누었을 때 아까는 위쪽 2/3지점까지 올라왔다면
이제 아래쪽으로 1/3지점까지 내려간 느낌. 찐빵 미워.

화장실 비데에 앉을 때의 그 안도감이란 안 겪어본 사람은 모른다.
직장생활하는 사람은 아마 한두번쯤 겪어봤겠지.

3년 정도 전에 딸기를 우유에 갈아 타마시고 회사에서 하루종일 배를 붙잡고 오금 저렸던 기억이 떠오른다.

아침 식사,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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