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물쇠. 건망증.

잡담 2010. 4. 30. 00:25
우리집 대문 자물쇠는 특이한 기능이 있다.

치매 노인들이 집 밖을 못 나오게 집 안에서 못 열게 하는 기능과 아이들이 장난치다가 문을 잠글까봐 집 안에서 못 잠그게 하는 기능.

3년 전 이사온 다음날 자물쇠 달아주는 기사 아저씨가 짐짓 생색을 내며 달아준 자물쇠인데 내 생각에는 마침 보통 자물쇠가 재고가 없고 기능에 대한 사탕발림으로 살짝 센 가격을 부르신 듯하다.

별로 필요없는 듯한 그 기능으로 언젠가 실수가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오늘 아침 그런 일이 드디어 일어났다.

매번 같이 출근하거나 내가 먼저 나가면서 문을 잠그기에 아침 시간에 그런 일이 없었는데 오늘은 아내가 일이 있어 좀 먼저 나가고 10분 정도 뒤 내가 나가려 하는 순간 문이 안 열렸다.

나사 네군데를 풀으니 쉽게 열리기는 했으나 출근 시각이 촉박한 상태였다면 굉장히 짜증이 났을 듯하다. 다행히 그렇지는 않아서 저녁 때 아내에게 심퉁부릴 건수 생겼다는 생각에 쓴 웃음을 지으며 출근을 했다.

나를 집에 두고 아내가 나갈 때 문을 완전히 잠글까 봐 살짝 불안할 때면 가끔 자물쇠를 달은 그 날, 보통 자물쇠로 바꿔달라는 소리를 하지 않은 게 후회스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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