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

잡담 2007. 3. 30. 10:09

아내가 내 잔소리가 싫다고 한다.

대학 다닐 때 워낙 잔소리가 심해서 친구들로부터 우스갯소리로 "시아버지"라고 불리기도 했다.
이제 말하기 전에 이게 잔소리인가 아닌가 생각하고 내뱉기로 마음 먹었다.
사실 아내 말고는 다른 사람에게는 그런 잔소리 할 일이 없다.
어떻게 되든 관심이 없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면서 얘기를 하다보니
지금껏 내가 아내에게 하던 소리의 80% 정도가 모두 잔소리성 말이었다.
하지 마라, 왜 샀냐, 뭐 묻었다, 보기 안 좋다, 듣기 안 좋다...

은연 중에 그런 소리를 또 했는지 모르지만
내 기억에는 마음 먹은 이후로 안 한 것 같다.
자연히 아내와 단 둘이 집에 있을 때 말수가 줄어들었다.
원래 재미없는 나였는데 더 재미없어졌나 보다.

아내가 잔소리 안 듣는 건 좋아졌겠지만
눈에 거슬리는 걸 얘기하지 않으려면 관심을 버리지 않으면 홧병이 난다.
그러니 아내가 자기 전에 뭘 먹든, 먹자마자 눕든, 쇼핑한 물건이 필요한 것이든 아니든
뭘 하든간에 관심을 두지 말아야 한다.
아내의 말대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해 주기...
의지와 관계된 일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과 결부짓는 아내와 다른 언어를 주고 받는 느낌이다.

역시 남녀는 서로에게 화성 금성의 외계인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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