짭짤한 아르바이트

잡담 2008. 12. 4. 23:40
퇴근 시간 한시간을 남기고 전화가 왔다.
사실 옆자리 동료에게 온 전화인데 시험공부가 한창인 그 동료가 시간이 없다하자 내게 넘어왔다.

퇴근 후 30분 정도 투자하고 10만원 받을 수 있는 아르바이트할 생각없냐는 전화였다.
30분으로는 어림도 없어 보이는 일이었지만 어찌됐든 괜찮은 조건이라 하기로 했다.

회사 근처 어떤 사무실에 인터넷이 부분적으로 안 되는 문제의 해결이었다.
장비가 불량임이 확인되면 알려만 주고 가도 되는, 위험부담없는 일이었다.

사실 그런 일을 맡기 전에 가장 두려운 부분은,
일을 다 하고나서 며칠 후 뭔가 잘못되었다거나 추가적으로 해줘야 할 일이 생겼다는 둥
A/S를 해야 하는 경우이다. 하지만 그런 일은 없을거라 당부의 말을 듣고서 현장을 방문했다.
20명 정도라고 듣고 도착한 곳은 웬걸~ 자리가 200명은 족히 되어보인다.

유선과 무선이 혼합된 환경인데 유무선을 불문하고 부분적으로 안 된단다.
그런데 나와, 또 다른 랜공사 기사분이 도착했을 때는 된다던 PC도 모두 불통이었다.
되는 PC를 찾아야 그 랜선으로 안 되는 PC를 확인해 볼텐데 되는 게 하나도 없다.

우리 오기 직전까지 되었다며 사무실 여직원이 나보고 '마이너스의 손'이냐고 한다.
흠... 초면에 이 아가씨가. 이쁘니까 봐준다.

PC 근처의 4포트 허브, 그 윗단의 아웃렉을 훓어 다시 장비실의 허브와 그 위의 게이트장비,
그리고 결국 광장비까지 계속 올라가며 점검했다.

할만하면 배터리가 나가버리는 사무실의 노트북을 3번이나 바꾸어가며 겨우 확인한 결과
허브에 직접 물려도 Ping이 안 나가고 장비를 모두 껐다가 켜도 안 올라왔다.

결국 데X콤 전용선 문제로 생각하고 업체에 전화하여 확인해보니
사내 웜 바이러스 패킷이 돌아 방화벽이 다운된 거 같다 한다.
아, 게이트라고 적힌 게 방화벽 역할만 하는 모양이구나.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장비가 죽었다면 껐다 켰을 때 올라와야지 왜 안 올라온담?
업체 직원이 확인해보니 아까 전원을 차단했을 때 방화벽의 설정값이 지워졌단다.
이런...
방화벽은 별도의 설정을 하지 않으면 기본적으로 막는 모양이다.

업체 직원이 임시방편으로, 사무실에서 밖으로 나가는 Outbound의 모든 설정을 열어 인터넷이 되게 해줬다.
사무실 내에 서버가 있으면 밖에서 들어오는 게 문제가 될거라 했는데
보아하니 그런 서버가 있을만한 용도의 사무실은 아니다.(좀 무책임한가?)
Config 파일은 다른 업체를 시켜 오늘 내로 복구를 해준다 한다.

이리 하야 2시간 30분의 노동이 끝났다.
원인을 일찍 찾을 수도 있었는데 경험이 부족하여 너무 오래 걸렸다.

인터넷을 못하여 업무를 못 보고 남아있던 몇몇 직원이 자기 것은 무선인데 아직도 안 된다며
잔뜩 불만에 가득찬 표정으로 말한다.
되지도 않게 해놓고 어딜 가느냐는 듯한 무언의 표정이라니...
재부팅하니 훨훨 난다.

집에 도착하여 짜파게티 하나 끓이며 시각을 보니 10시 5분 전.
한 젓가락 먹기 시작할 때 도서관에서 돌아온 아내와 함께 늦은 저녁을 맛있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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