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격자

영화 2008. 2. 24.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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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www.cineseoul.com

요즘 여러 기사와 블로그 글에는 추격자의 탄탄한 구성에 엄지 손가락을 들어주는 글들이 넘쳐나고 있다.
나도 영화광고지 봤을 때는 별로 보고 싶은 마음이 없었으나 그 글들을 보고 어제 영화표를 사들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나도 두개의 엄지손가락을 높이 쳐들었다.
감독이 신인이든 노장이든 역시 영화를 어떻게 만들까 오랜 시간 고민하고 공을 들이면
이렇게 멋진 영화가 안 만들어질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대배우 석규 형이 왜 그리도 좋은 시나리오 발굴에 공을 들이고
신경을 써서 작품 선정을 하는지 이 영화를 보고 더더욱 공감하게 되었다.

범인이 유유히 경철서를 나와 담배를 사러 슈퍼를 들르는 장면에서
아내는 "아~, 이 감독 정말 너무한다."며 짜증섞인 말투로 투정을 부렸지만
내 생각에는 전혀 작위적이지 않은, 어떻게 보면 절묘한 설정이었다.

범인이 경찰 눈 앞에서 마지막 범행을 저지른 후 추적을 따돌렸다는 보이지 않는 설정과
얼굴이 만천하에 드러난 범인을 그 조그만 동네에서 못 찾고 허둥대는 경찰,
그리고 '추격자'가 범인을 찾아 결정적 행동-음, 스포일러성 문구 피하려니 힘들군.-을 하려는 순간
다른 범죄영화처럼 우르르 몰려온 경찰들의 모습이 2% 정도에 해당하는 약간 영화다운 설정이라 하겠다.

이 영화를 칭찬하는 글들에서 구성에 대한 내용 말고 꼭 등장하는 것이 윤석 형님의 연기력이다.
연기자 입장에서도 이렇게 자신의 연기력을 최대한 발산시킬 수 있는 작품을 만난다는 건 행운이 아닐 수 없다.
늘 아침 드라마의 불륜에 얽힌 남성으로만 인식되던 윤석 형님의 눈부신 연기는 다른 분들도 많이 언급했으니 생략하고, 정우 또한 소름끼칠 정도로 사이코같은 범인 연기를 잘 소화해 냈다.
내가 여기서 언급하고 싶은 분은 오좆 역으로 나오는 구본웅 분.
이 영화 캐스팅의 백미가 바로 이 분이 아닐까한다.
외모 자체가 오좆이란 역할에 120% 어울리는 이분은 눈물나올 정도로 멋진 연기를 보여준다.
외모만으로 보면 연극무대에서 탄탄한 경험을 쌓았을 것 같은 이 분, 그러나 역시 단역으로만 몇 편 출연하셔서인지 나이 관련 정보조차 별로 없군.

SAW에 나온 범죄 현장과 비슷한 분위기의 정교한 욕실 셋트,
높은 분 오신다고 샤워하고 나오며 범인에게 화풀이하는 형사의 리얼리티
-참, 이 정인기님의 연기도 빼놓을 수 없다.-,
비 내리는 도로, 달리는 찻 속에서 목놓아 우는 아이와 전화기에 대고 어디엔가 소리치는 추격자의 모습을 빗소리로만 음향처리한 연출/편집의 세련됨...
이 모든 것이 완성도 높은 영화 한편을 만드는데에 일조한 부분들이다.

많은 분들이 언급하는 '살인의 추억'의 정교함과 견줄만하고
얼마 전 재미있게 본 '세븐데이즈'의 재미에 버금간다.
장편 데뷔작부터 큰 주목을 받게된 나홍진 감독이 부담없이 다음 작품을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올해, 이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지 않는다면 영화를 보았다 말하지 말라~~

영화정보

나홍진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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