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서 담배 좀 안 피우면 안 되겠니.

잡담 2008. 8. 8. 11:05
2주 전 치질 수술을 한 관계로 요즘 화장실에 자주 들락거린다.
다행히 2달 전 회사 화장실 공사를 하며 비데를 설치해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정말 유용하게 잘 쓰고 있다. 고백하자면 만 34년 넘게 살면서 처음 비데를 사용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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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www.alamy.com

쭈그려 앉는 화장실만 쓰다가 좌변기를 처음 사용했을 때의 그 찝찝한 충격(?)만큼은 아니더라도
최근 겪은 경험 중 나름 신선한 변화였다.

아무튼 방금 전에도 장실을 다녀왔는데 화장실 칸막이 안 가득 차있는 담배냄새 때문에 아직 옷에 냄새가 떠나지 않는다. 오전 출근길에 잠깐 흐른 땀 때문에 웃옷이 불쾌하게 감기는 상태인지라 온몸을 휘감으며 머리를 어지럽게 만드는 담배 냄새가 더더욱 짜증난다. 몸에 베는 냄새는 둘째치고라도 숨이 턱턱 막히니 욕이 목구멍 언저리까지 올라온다.

내가 있는 곳은 17층 건물의 7층. 건물 내에서는 금연이라 담배를 피우려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나가거나 옥상을 이용해야 한다. 건물 내에 영어학원도 있고 엘리베이터도 약간 비효율적이라 담배를 피우기 위해 1층과 옥상을 이용해야 하는 이들의 고충을 모르는 바 아니다. 가뜩이나 금연 지역이 확산되어 설 자리가 없어지는 흡연자들을 그냥 이해해 주어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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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www.alamy.com



혼자만의 공간에 있는 동안에는 보는 이가 없으니 그 뒤에 누가 이용하고 어떤 불쾌감을 느낄지 여부는 일단 안중에도 없다. 수준높은 공중도덕이란 남의 시선이 없는 곳에서도 자신의 양심을 속이지 않는 모습이다. 월드컵 거리응원이나 촛불집회에서 남들이 버린 쓰레기를 너도나도 정리하는 모습은 좋아보이나 수천, 수만명이 있는 곳뿐 아니라 자신이 혼자있는 공간에서도 일관성 있는 모습, 스스로의 시선을 의식하고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잘못을 지적했을 때 '그러는 너는 얼마나 잘 났냐?'...고 반문하는 이들이 있다. 이 세상에 실수않는 완벽한 사람이 있을까. 중요한 것은 잘못을 인정하고 고쳐나가려는 태도이지 지적하는 이의 청렴결백함이 아니다. 잘못이 일단 눈에 들어와 지적하는 이는 자신 스스로도 조심하게 될 것이다. 적어도 양심이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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